[CLON - 밤디라리라] 싸구려 플라스틱 음악 Reviews


고 신해철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 촌스러워지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의 차이에 대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당대에 장인 정신을 깃들여 정성스레 만든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멋이 들어가는 반면, 그렇지 않은 물건은 처음 나온 당시엔 그 새로움이 빛을 발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도태되고 촌스러워진다고. 그러면서 50년이 넘은 고급 나무 탁자와 오래된 플라스틱 테이블을 예로 드셨다. 그 둘의 차이는 굳이 내가 지면을 낭비하지 않아도 이미지가 충분히 연상될것이다.

이 말은 80년대를 바라보는 내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모든 문화계가 미래뽕에 취해있던 그 시절. 내가 뉴욕에 있던 당시 한달에 한번 이상 꼬박꼬박 방문하던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가구 전시장에서 보던 70년대 말~80년대의 미래 지향적 디자인의 가구들이 촌스러워보이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그저 새로움에 취해 예술성과의 밸런스를 놓치면 그 순간 그것은 novelty이되 절대 masterpiece가 될 수 없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모든 것들은 식상해지게 돼있으며, 시간이 지나서 그를 대체할 더 질 좋고 세련된 물건이 나왔을 때 촌스러워지고 도태되는게 필연이다.

이 노래가 그렇다. 뼈대는 이펙터가 잔뜩 묻은 에일리의 보컬이 들어간 흔하디 흔한 뱅어에 알맹이는 90년대에 그대로 박제된 클론의 창법, 톤, 그리고 가사를 얹었다. 뼈대는 신선할 것 하나 없이 이제 매너리즘까지 느껴져서 장르 자체 내에서마저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식상한 음악인데, 그나마도 조금의 신선함조차 추가하려는 노력이 없었다. 알맹이에 대해선 조금 더 할 말이 많다.

이 곡의 제목은 "밤디라리라"다. 자연스레 클론의 히트곡 "난"의 훅이 생각나는, 너무나도 게으르고 민망할 정도로 자기복제적이고 염치도 자존심도 없는 제목 선정과 작사다. 아무 의미 없는 음절들의 조합으로 흥을 이끌어내는 클론의 색깔은 "난," "꿍따리 샤바라," "초련"등이 나올때만 해도 신선하다고 부를만했다. 그리고 그건 20년 전의 얘기이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이와 비슷한 시도들을 했으며, 티아라의 "Bo Peep Bo Peep"이나 소녀시대의 "Gee"등이 이런 무브먼트의 영향을 받은 현대적 해석이라고 추론해볼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조차도 약 10년이 돼가는 얘기이다. 이러한 클론의 과거의 시도는 그 시대의 novelty로써의 가치를 인정받을만하며, MOMA에 전시된 80년대의 빨간 의자처럼 최초로써, 그리고 많은 파생형을 발생시킨 원조로써의 권위를 부여할만하다.

그리고 세월의 장벽을 넘어 이들이 컴백을 했을 때 클론이 그들의 색을 유지하는것은 충분히 존중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색깔을 유지하는것과 게으른 자기복제는 엄연히 다르다. 이 곡은 제목부터 익숙함의 효과를 노린 티가 다분히 나며, "세상 모두가 신나는 흥겨운 노래. 밤디라리라 흔들어보자. 세상 모두가 춤추는 노래."라는 가사는 정말이지 보기 민망한 수준이다. 뻔한 억지 흥, 어거지로 우겨넣은 가사 속 영혼 없는 긍정의 메시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클론의 메인 넘버들을 싸구려 장신구처럼 장식한다. "그럴땐 나처럼 노랠 불러봐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빠."

그저 DJ Koo의 밋밋한 커리어 연장선상에 있는, 커머셜하고 평이한 제네릭 EDM 비트 위에 파워 고음형 여성 보컬을 개러지 스타일의 이펙팅을 해서 얹고, 20년 전의 클론을 가사도 하나 바꾸지 않고 얹어놓았다. 아귀가 맞지 않는 플라스틱 조각들을 불안하게 쌓아놓은 느낌이다. 만들어질 이유도, 발매될 이유도 없었던 음원이다. 클론은 이러려고 김창환 프로듀서와 함께 지난 며칠간 언론과 SNS를 통해 뜬금없는 타이밍에 구준엽과 강원래의 친분을 광고하듯 흘렸던가. 음악도, 바이럴 마케팅 접근방식도 촌스럽고 후졌으며, 무엇보다 감각이 없다. 이런 음악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글

  • 2017/07/03 21:3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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